성범죄 피해 사실로 협박하는 친구 +후기

어디서부터 얘길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몇날은 고민하다가..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서른네살 직장인이고요. 올 겨울 결혼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예랑.. 지금은 남친이죠. 남친은 저보다 한살 어린 서른세살이고요.

직장인입니다. 화목한 집안에서 바르게 자란 나무랄 데 없는 사람입니다.

일단, 제목대로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고등학교 다닐 당시, -지방여고를 나왔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가 지역내에선 명문으로 이름이 높아 시외 지역 친구들도 한두시간 거리를 마다하고 다니는 학교였습니다.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학교서 버스로 한시간 거리에 살았고, 저희집은 학교서 걸어서 십분정도거리였구요.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마무리 되는 시간이 10시에서 11시 사이였고,

면단위로 가는 버스가 그즈음 끊겼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버스를 놓치게 되면, 좌석버스를 타고 가야했고 그 버스는 친구가 사는 동네까지 가지 않아,

친구가 그 버스를 타고 가는 날이면 제가 남아있다가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친구가 지금 출발했으니, 종점으로 데려오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곤 했습니다.

그 날도 친구랑 같이 집엘 가려고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친구가 나오질 않았고,

저는 그냥 집으로 오게되었습니다. 당시엔 휴대폰이 없었던 때였고,

집으로 가는 지름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름길이래봤자 걸어서 2분거리. 주택가만 있고 불이 훤히 밝혀져 있어.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 당시엔 어쩌면 바보같았는지…

당시만 해도 성범죄가 만연하지 않았고,-그렇다기보다는 언론이 활성화되지 않아 몰랐다고 하는게 맞을까요?

저는 나쁜 일을 당하더라도 언니들에게 오백원정도 뺐겨봤던게 다여서.. 그 길로 들어섰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수차례나 다녔던 길이니까요.

그리고 그날 피해를 당했습니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결국 임신까지 하게 되어 열여덟이란 나이에 병원수술대에 올라야했습니다.

저는 그일로 다른 지방으로 전학까지 왔고, 그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 1년 휴학, 성적하락.. 등의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제 친구는 말도 없이 먼저 가버린 자기 탓이라면서… 계속 저의 친구로 남아주었습니다.

아마 저 말고도 이런 피해를 당한 여성분들이 많을거라 생각됩니다.

다만 주위 시선이 두려워 입밖에 내질 못하고 사는 것뿐이지요.

여기까지 쓰는데 한시간이 걸렸네요..

저희 부모님께서 사고 이후 저에게 가장 많이 해주셨던 말씀은,

절대 니 잘못이 아니다.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들도 만나게 되었고, 몇 년전부턴 주말에 혼자 여행을 가게 될 정도로 많이 극복했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딱히 결혼 생각은 없었습니다. 내 잘못은 아니라 하더라도, 남자들에 대한 마음 깊은 곳의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가 않더라고요.

그냥 일이나 하며.. 지금처럼 여가생활 즐기고, 봉사활동 하며, 같이 사는 동물들과 그냥 그렇게 살 작정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그런 저를 지켜봐주셨고요.

그러다 작년에 머리 복잡한 일이 있어 가게 된 곳에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절에 잠깐 들렀다 시골 장터를 구경갔었는데, 어르신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치고 따라부르는 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하네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남자 친구와 정말 행복한 연애했고, 시댁어르신들도 모두 자애로운 분들이십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친구와 둘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친구가 제가 묻더라고요.

남자친구도 그때 그 일을 아느냐고.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알려야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고 하니,

니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떳떳하게 더 알려야 하지 않느냐. 고 저를 몰아붙이네요.

저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아니었나봅니다.

서른 네살 먹은 흠있는 노처녀가(친구의 표현입니다) 그런 조건 가진 남자랑 결혼하는게

용납이 안된답니다.

친구가 제게 일주일 시간을 주겠다네요.

그 기한이 이번주말이고요. 3일을 자는 둥 마는 둥.. 어째야 할지 몰라 글을 올려봅니다.

그 친구가 나보다 먼저 남자친구에게 말하면 어쩌지…. 그래서 그 남자가 날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전전긍긍이 아닙니다.

남자친구에게 말을 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굳이 알린다 해도 두려울게 없어요.

남자친구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그리고 제 가장 힘든 부분까지도 같이 나눴던 친구입니다.

사람이 무섭네요…

(후기)

혹시 기억하실런지요.

지난 주에 성범죄 피해사실로 친구에게 협박아닌 협박을 받는다고 했던 사람입니다.

연예인들이 인터넷에 선플이니, 악플이니 하는 걸로 좌지우지될 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위로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궁금해하고 걱정해주신 분들이 있으실지 몰라, 후기랄 것도 없지만 이렇게 글 올리게 되었습니다.

올려주신 댓글들을 보고 정말 많은 위로(정말 감사해서인지 자꾸 이 말만 나오네요)받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퇴근 후에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던 터라,

며칠동안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에 무슨 일인지 많은 궁금해하고 잔뜩 긴장하고 나왔더라구요.

미리 생각해두었던 장소로 차를 몰고 이동하였습니다.

도착해서, 한시간 남짓.. 저 혼자 떠든 것 같네요. 중간에 그 사람이 안아주었습니다.

계속 말했습니다. 처분은 네게 맡긴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처분을 내리고 말고 할 문제가 무엇이며, 자기한테 그럴 권리가 어디있느냐고 하네요.

그러면서 왜 갑자기 이런 얘길 하느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말한 김에 친구 일까지 다 말해버렸습니다.

다 듣고 나서는 그 사람 말이,

한달쯤 전에, 친구에게(많은 분들이 친구라 부르지도 말라셨지만, 편의상 친구라 할게요)

제 문제로 상의할 것이 있다며 연락이 왔답니다.

제 문제면 제가 직접 말해야지, 왜 친구가 대신 말하는가 의아해하면서도.

제 입으로 말하기 곤란한 문제일까 싶어 약속장소에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 그 일을 이미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당황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마음도 아프고, 같은 남자로서 제게 많이 미안했답니다.

친구에게는 친구라는 사람이 상처되는 이야기를 들춰내면 되냐고 꾸짖었다고 하네요.

나이도 저보다 어린 사람이 꾸짖었다는 표현을 쓰니 그 와중에 웃음이 나오대요.

왜 그런 걸로 고민을 했냐면서, 오히려 제게 서운해하였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다시는 그 비슷한 얘기도 흘리지 말고, 자기가 안다는 것도 저에게 말하지 말아달라

무서운 얼굴로 단단히 이르고 왔는데, 제게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고 너무 화를 냈습니다.

친구에게는 그냥 아무 말 안하고 무시하는 걸로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남자친구 말이 그렇게 뒀다가 나중에라도 일 터질까 싶다며 약속을 잡으라 하였습니다.

다음날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그 길로 친구 만나러 갔습니다.

둘이 같이 기다리고 있으니 친구 당황한 얼굴이었습니다.

친구 얼굴 다시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 일로 마주보고 있으니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의도를 물었고, 친구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못한건지 안한건지 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궁금하지도 않아 캐묻지도 않았습니다.

남자친구 말은 정확히 생각나진 않지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든 이 사람과 끝까지 갈 것이고, 그런 일로 흔들릴만치 가볍게 사람만나고 하지 않는다.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모르겠으나 쓸데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 시간 당신 인생 발전하는데 쓰는게 당신에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사람은 당신이 사람을 죽여도 그럴 이유가 있을거라고 했던 사람인데 당신 오늘 좋은 친구 잃었고,

그것만으로도 당신 인생에서 큰 손해본 것이다.

행여 이 일로 이후에라도 우리에게 조금의 고통이라도 주거나,

이 사람 주위에서 이일로 다시 한번 들쑤셔지거나 고통받는 일 생기면, 그땐 이렇게 말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합법이든, 위법이든 어떤 경로로든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뭐.. 이런 말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에게 받았던 협박만큼이나 협박하고 왔네요.

그리고 주말에 여행 갔다가 월요일에 일하고, 어제는 너무 피곤하여 오늘 이렇게 글 올리게 되었습니다.

걱정해주셨던 분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여행지에서 댓글 다시 한번 일일이 읽고, 힘내자고 둘이 웃었네요.

지금이야 마냥 좋은때지만, 후에 이 일로 남자친구와 어떤 일이 생긴다하더라도.

지금 제가 한 일에 후회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긍정적으로 살아왔던 것처럼,

오히려 이 일로 인해 더욱 서로를 믿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믿고, 살려구요.

감사합니다.

꼭 쓰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정작 그걸 잊어서 자다 말고 다시 일어났네요.

혹시라도 저와 같은 피해를 입으신 분들.

본인 잘못이 아니니 항상 당당하게 살아가셨으면 해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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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2018.01.07 09:47 신고

    참 저런 친구인척가장한년들 졸라많아ㅎ 저련인연확실히잘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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